잠을 자자

참이는 준이가 50일이 되기도 전부터 푹잠 꿀잠 통잠 노래를 불렀다. 남영이네 딸래미 나린이가 일찍 통잠을 자는걸 보고 준이도 그럴거라 생각했나보다.

사실 준이도 점점 통잠에 가까워지고있기는하다. 2개월 25일째인데 새벽수유는 한번만 하고있다. 문제는 새벽 4~5시쯤 깨서 아침까지 낑낑댄다는거… 요즘엔 내가 새벽에 달래주고있지만 며칠전까지만해도 일이 바빠서 밤에 전혀 못도와줬다. 아마 참이도 많이 지쳐있을 것 같다.

이제 자기전에 좀 더 든든히 먹이고 새벽에 깨면 수유없이 재우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준이도 힘들고 참이도 힘들고 이런 모습을 보고있는 나도 사실 힘들다. 참이가 육아에 지쳐 힘이 없으면 그 여파가 나한테까지 미친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나린이는 나린이고 준이는 준이고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니까
준이 나름대로의 통잠 시기가 있겠거니 생각해본다.

나도 참이도 둘 다 안경을 쓴다.

특히 나는 아주 어릴 때 부터 안경을 썼는데 6살 때인가 처음 안경을 맞추던 때가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중학교 때에 교실에서 안경을 벗고 자다가 일어났는데 눈 앞에 교과서가 엄청 생동감있게 보여서 안경을 쓰고 다시보니 그 생동감을 느낄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깨닳았다 .안경을 쓴 것과 안 쓴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아마 안경을 안끼는 사람은 무슨소린지 모를테니… 뭐 비유하자면 수족관에서 유리 너머로 보는 물고기와 직접 보는 물고기의 차이랄까. 안경을 쓴다는 것은 평생 유리창 밖으로 세상을 보는 기분인거다. 어쨋든 부모가 다 눈이 나쁘기 때문에 처음 준이가 태어났을 때 눈 관련된 좋다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다.

지금 준이가 80일이 넘어가는데 부쩍 모빌을 보고 잘 놀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생 후 3개월 쯤 되면 색 구분도 되고 눈도 마주치고 곧잘 웃어주곤 한다는데 지금 준이가 딱 그 시기이다. 가끔 준이 앞에서 아빠가 재롱을 부리기라도 하면 싱글벙글 아주 잘 웃는다. 아직은 꺄르륵 하고 웃진 않지만 그래도 웃는 표정만 봐도 기분이 좋다.

뭐 사실 선천적으로 눈이 나쁘기도 했지만 어릴 때 부터 TV나 작은 작난감 조립 이런것에 환장해서 그런가 다른 아이들보다 확실히 눈이 빠르게 안좋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아 전자파나 밝은 광원에 노출되기가 쉬워서 더 문제다.

인터넷상에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는게 좋다 안주는게 낫다 가지고 의견대립이 분분한데 주는게 좋다는 입장은 시대에 뒤쳐지지 않게 아이들이 IT쪽 변화를 빠르게 습득시키는 것이 좋다 라는 의견들이고 안주는게 낫다는 사람들은 중독의 심각성을 꼬집는다. 나는 거기에 하나 더 덫붙여 시력저하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난 개인적으론 ‘휴대용’기기는 최대한 멀리 두고싶다. 사실 나도 어릴 적 컴퓨터나 게임기를 많이 가지고 놀았지만 대부분 거치형 콘솔이나 데스크탑이었고 노트북이나 휴대용게임기는 성인이 되어서야 만질 수 있었다. 휴대기기의 특성 상 어디서나 원하면 꺼내서 볼 수 있고 그게 중독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때 몰래 하는 것 까지 간섭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자제력을 키워야하는데 아이의 자제력을 믿는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아이는 아이다. 부모가 컨트롤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거치형 콘솔게임기나 데스크탑은 얼마든지 컨트롤 할 수 있다. 암호를 걸어놓는다던지 일정 시간에만 컨트롤러와 타이틀을 내어준다던지 한 방에 다 몰아넣고 방문을 잠그고 허락된 시간에 오픈을 해준다던지 뭐 휴대기기도 이런식으로 가능할 지 몰라도 확실히 거치형 기기들이 관리하기는 더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휴대기기는 위에서 말한것처럼 시력저하의 원인이기도 하기때문에 거치형 콘솔이나 데스크탑을 최대한 먼 거리에서 즐길 수 있게 세팅해둔다면 여러 걱정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주어진 할 일과 심부름 등 모든 하루 일과를 마치면 컴퓨터든 게임이든 운동이든 원하는 자유시간을 줄 생각이다. 뭐 5~6년 뒤 얘기겠지만 점점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눈 깜박할 새 다가올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뭐 어쨋든 요즘엔 준이가 웃어주는게 참 좋다.

다 같은 울음이 아니라구

준이가 울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도저히 안달래지면 답답하고 짜증이난다. 그런데 얼마전 준이의 울음이 상황에따라 미묘하게 다르다고 느꼈다. 특히 배고플때나 잠이 올때는 뭔가 엄청 불편한 내색을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진짜 그런건지 아님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투정부리는 울음은 어느정도 구분이 되는 것 같다. 몇주전에는 투정부리는 듯한 울음이 없었는데 요 근래에는 준이도 점점 눈치를 보게되는지 가짜 울음이 생긴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울면 무조건 달래주는 방법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흔히 손탄다고 하는데 울때마다 안아주면 일부러 더 우는것같은 기분이다.

일단은 표정을 먼저 살핀다. 가짜울음은 소리만 낼 뿐 눈물도없고 얼굴에 피도 안쏠린다. 가장 구별하기 쉬운 단계다.

다음은 얼굴이 피가 쏠려 보라빛이 되면서 눈물은 없을때다. 이건 구분하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가만 들어보면 진짜 울음은 숨을 헐떡이면서 그냥 으앵 으앵 이러는게 아니라 으애해행 해해행 이런느낌이 든다. 가짜울음은 힘을 하도줘서 얼굴이 보라빛이 되긴 하지만 숨이 넘어갈것처럼 헐떡이진 않는다. 그냥 소리만 빽 지르는 것일 뿐.

마지막으로 얼굴에 피가 쏠려 보라빛이 되면서 눈물도 질질 흘리고 있을때는 진짜 울음일 확률이 크다. 아직은 준이도 이 단계까지 연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 싶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준이가 연기력(?)이 늘면 아마 눈물도 쥐어 짜는게 가능할 듯 싶다.

단순히 투정부리는 가짜울음을 구분해냈으면 반은 성공이다. 이제 이 울음이 배고픈지 잠이오는지 기저귀가 찝찝한지 아픈지를 구분해내야한다.

프로 아빠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익혀야할 패시브 스킬이다.

일단 잠이 올때에는 길게 울지 않는다. 잠깐 울었다 말고 또 잠깐 울었다 만다. 그 시점에서 토닥여주거나 안고 조금 돌아다니다보면 금새 눈이 스르륵 감긴다. 물론 내려놓으면 금방 또 깰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잠들때까지 긴장을 놓아선 안된다. 우리는 수면 교육을 하기때문에 품에서 재우는 것은 금지!! 일단 눈이 감기면 바로 내려놓는다. 그러다 또 울면 다시 안아주고를 반복.

배고플 때의 울음은 테이크가 상당히 길다. 한번 배고프다고 생각이 들면 먹일 때 까지 운다. 우리는 수유량과 시간을 체크하기 때문에 차트를 보면 대충 배고파서 우는지 아닌지 알수가 있긴하다.

기저귀가 찝찝할때에는 조용하던 애가 갑자기 울거나 할때다. 울음 소리는 배고픔과 졸림에 비해 좀 작은 편이다. 밥과 잠이 아니라면 항상 기저귀를 먼저 확인해보기 때문에 딱히 구분해야할 필요는 없긴하다.

마지막으로 아플때인데 이건 준이가 아파본적이 없어서 들어본적이 없다. 가끔 이유를 모르게 울때가 있는데 100일 전 아이에게 흔히 있는 영아산통 즉 성장통이란다. 이건 병원을 가야하는 아픔이 아니라 근육통 비슷한거라 간단히 마사지를 해주거나 그냥 달래주는수밖에 없다. 크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아픔이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 다행히 그 외에 열이나거나 다치거나 한적은 없다.

점점 울음소리가 다양해지는걸 보면서 빨리 준이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의 소통.

육아를 하다보면 늘 오늘같을거 같은데 자고일어나면 늘 상황이 변하고 매일매일이 새롭다.

아니 새롭다못해 너무 변화무쌍해 적응하기가 힘들정도.

정신 바짝 차리지않으면 방심한 사이에 준이가 멋대로 자라버릴것만 같다.
우는 것 밖에 못하는 준이지만 제대로 이해해보도록 더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