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울음이 아니라구

준이가 울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도저히 안달래지면 답답하고 짜증이난다. 그런데 얼마전 준이의 울음이 상황에따라 미묘하게 다르다고 느꼈다. 특히 배고플때나 잠이 올때는 뭔가 엄청 불편한 내색을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진짜 그런건지 아님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투정부리는 울음은 어느정도 구분이 되는 것 같다. 몇주전에는 투정부리는 듯한 울음이 없었는데 요 근래에는 준이도 점점 눈치를 보게되는지 가짜 울음이 생긴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울면 무조건 달래주는 방법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흔히 손탄다고 하는데 울때마다 안아주면 일부러 더 우는것같은 기분이다.

일단은 표정을 먼저 살핀다. 가짜울음은 소리만 낼 뿐 눈물도없고 얼굴에 피도 안쏠린다. 가장 구별하기 쉬운 단계다.

다음은 얼굴이 피가 쏠려 보라빛이 되면서 눈물은 없을때다. 이건 구분하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가만 들어보면 진짜 울음은 숨을 헐떡이면서 그냥 으앵 으앵 이러는게 아니라 으애해행 해해행 이런느낌이 든다. 가짜울음은 힘을 하도줘서 얼굴이 보라빛이 되긴 하지만 숨이 넘어갈것처럼 헐떡이진 않는다. 그냥 소리만 빽 지르는 것일 뿐.

마지막으로 얼굴에 피가 쏠려 보라빛이 되면서 눈물도 질질 흘리고 있을때는 진짜 울음일 확률이 크다. 아직은 준이도 이 단계까지 연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 싶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준이가 연기력(?)이 늘면 아마 눈물도 쥐어 짜는게 가능할 듯 싶다.

단순히 투정부리는 가짜울음을 구분해냈으면 반은 성공이다. 이제 이 울음이 배고픈지 잠이오는지 기저귀가 찝찝한지 아픈지를 구분해내야한다.

프로 아빠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익혀야할 패시브 스킬이다.

일단 잠이 올때에는 길게 울지 않는다. 잠깐 울었다 말고 또 잠깐 울었다 만다. 그 시점에서 토닥여주거나 안고 조금 돌아다니다보면 금새 눈이 스르륵 감긴다. 물론 내려놓으면 금방 또 깰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잠들때까지 긴장을 놓아선 안된다. 우리는 수면 교육을 하기때문에 품에서 재우는 것은 금지!! 일단 눈이 감기면 바로 내려놓는다. 그러다 또 울면 다시 안아주고를 반복.

배고플 때의 울음은 테이크가 상당히 길다. 한번 배고프다고 생각이 들면 먹일 때 까지 운다. 우리는 수유량과 시간을 체크하기 때문에 차트를 보면 대충 배고파서 우는지 아닌지 알수가 있긴하다.

기저귀가 찝찝할때에는 조용하던 애가 갑자기 울거나 할때다. 울음 소리는 배고픔과 졸림에 비해 좀 작은 편이다. 밥과 잠이 아니라면 항상 기저귀를 먼저 확인해보기 때문에 딱히 구분해야할 필요는 없긴하다.

마지막으로 아플때인데 이건 준이가 아파본적이 없어서 들어본적이 없다. 가끔 이유를 모르게 울때가 있는데 100일 전 아이에게 흔히 있는 영아산통 즉 성장통이란다. 이건 병원을 가야하는 아픔이 아니라 근육통 비슷한거라 간단히 마사지를 해주거나 그냥 달래주는수밖에 없다. 크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아픔이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 다행히 그 외에 열이나거나 다치거나 한적은 없다.

점점 울음소리가 다양해지는걸 보면서 빨리 준이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의 소통.

육아를 하다보면 늘 오늘같을거 같은데 자고일어나면 늘 상황이 변하고 매일매일이 새롭다.

아니 새롭다못해 너무 변화무쌍해 적응하기가 힘들정도.

정신 바짝 차리지않으면 방심한 사이에 준이가 멋대로 자라버릴것만 같다.
우는 것 밖에 못하는 준이지만 제대로 이해해보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울음 그것은 아기의 유일한 의사표현

요근래 며칠은 정말 힘든 나날이었다. 준이가 밥도 잘 안먹고 잠도 잘 안자고 이유없이 울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거나 오줌이나 똥을 싸면 우는데 재우려고해도 안자고 밥도 먹고 기저귀를 갈아도 그냥 막 울어댔다. 아픈가 싶어서 병원에 데려가도 모든게 정상이란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배앓이다. 아기는 태어날 때 장이 일자로 되어있는데 이게 꼬이면서 자리를 잡는 과정이 아기에겐 아프고 불편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대게 백일 전후로 이런 배앓이는 사라진다고하니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한번은 나도 잠이 와 미치겠는데 준이가 잠도 안자고 계속 울어대서 너무 짜증이 나서 그만좀 울어 이놈아!! 하고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준이가 놀랐는지 울음을 뚝 그치고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보다가 금새 다시 울음보가 터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울음이라는 것이 백일도 안된 아기가 표현할 수있는 유일한 수단인건데 아무리 피곤했어도 그거 하나도 못참았나 싶었다. 우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우는 아기는 없다. 하물며 집안 온도나 습도 향기 소리 등에도 이유가 있을 수있다. 예민한 아기는 더 많이 울 것이다.

아기들은 일단 울음을 시작하면 스스로 그치는 것이 어려워 달래줘야하는데 매번 안아서 달래주면 흔히들 손탄다고한다. 그렇다고 달래주지 않으면 아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한다. 그래서 일단 준이가 울면 밥 먹은 시간과 양을 체크하고 기저귀를 체크하고 열을 재보는 등 어디가 불편한지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어디가 불편한지만 알면 그것만 해결하면 되니까 걱정할게 없다. 진짜 문제는 그걸 알아내는게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더 커서 말귀를 알아들으면 좀 나아질까?
그때는 또 그때 나름대로 힘들겠지ㅎㅎ

암튼 앞으론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소리지르거나 하지 않을테다 미안 준아

육성게임인건가

육아를 하다보니 사공이 많다고 느낄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울엄마, 장모님, 누나들 그리고 인터넷 상에 올라온 수많은 경험담들과 전문가 의견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를때가 많다.

가장 최근에 고민했던 것은 속싸개와 손싸개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였다. 100일때 까진 해야한다. 빠를수록 좋다. 스스로 벗어내면 자연스레 뗀다. 등등 역시나 의견들이 다양했다.

나는 육아가 처음인 초보 아빠다. 그러니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행동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너무 많고 의견도 다양하니 결국은 나 스스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육성게임을 하다보면 항상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간단하게는 예/아니오 부터 여러가지 주관식 지문까지 내가 어떤 대답과 행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나비효과라고 들어보았는가. 지금 난 준이가 어떻게 클지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선택지를 골라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통 공략법이 있긴하다. 최선의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가령 프린세스메이커라면 당연히 프린세스를 만들기 위한 공략법이 존재한다. 그 공략법대로만 하면 무조건 우리 딸래미는 왕자님과 결혼하게 된다. 너무 과하면 아에 지가 왕비가 되어버리고 부족하면 왕가에 들어가지 못하게된다. 하지만 프린세스메이커를 공략집을 보며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번쯤은 공주님을 만들어보고 싶으니 보고 할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본인 취향대로 아이를 육성할 것이다. 화가가 될수도 있고 뒷세계의 보스가 될수도있고 인간이 아니게(?) 될수도 있지만 결국 부모의 성향에 따라 아이가 자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준이가 나를 닮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누구나 그럴것이다.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내 아이도 나처럼 컸으면 좋겠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 날 닮았으면 하는 부분도 있고 안좋은 점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조언을 아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육아는 육성게임처럼 정통 공략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내가 괜찮다 생각하는 것을 선택해야한다는 것이다.

일단은 속싸개와 손싸개는 낮에만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속싸개라는 것이 아기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아기가 답답해하기도 한다고 하니 낮에는 자유롭게 놀게 두고 잘 때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손싸개를 하는 이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냥 자기가 얼굴을 긁을까봐 하는거란다. 그런거면 그냥 손톱정리를 자주 해주는게 낫겠다 싶었다. 다만 잘 때에는 혹시나 긁어서 깰수도있으니 좀 더 편안하게 자라고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100일 즈음 되면 속싸개와 손싸개는 완전히 졸업시킬 생각이다.

내 선택이 100% 맞다고 생각은 안한다. 어차피 사람은 다 다르고 아기들도 다 다르다. 각자에 맞는 방법이 있을테고 모든건 부모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속싸개와 손싸개를 언제까지 하는게 뭐가 중요하길래 이리 고민이냐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나비효과는 일상속에 늘 적용되는것이다. 이로인해 아이의 성격형성과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나도 알수는 없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이 미칠거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내가 좋은 선택지를 골랐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