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다보면 항상 맨 처음 프로그래밍의 시작은 ‘Hello World’ 만들기다. 단순하게 내가 출력하고 싶은 메시지를 출력하는 것 부터가 시작인지라 여러 언어를 공부하다보니 Hello World라는 말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일에 대한 출발점’을 표현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준이가 세상에 나온지 12일째다. 이틀동안 진통이 없어서 고생했던 시간을 합치면 2주의 시간이 흘렀다. 불과 2주 전 이 시간에 아무 생각없이 막달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덜컥 출산을 하자고 해서 많이 당황했었다. 지금은 다행히 아이도 아이 엄마도 모두 건강하게 회복중에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아빠가 되어있었다.
진짜 육아의 시작도 이제 일주일이 남았다. 지금은 조리원에서 준이를 돌보고 있지만 다음주에 집에 오게 되면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 하는 모든 일을 참이와 둘이 해내야만 한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육아의 첫 걸음을 떼는 순간이 오는구나.
Hello World
안녕 육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선을 다 한다고 해서 잘 하는것도 아닌 것 같다. 무슨 다마고찌도 아니고 포켓몬도 아니고 진짜 한번뿐인 준이의 인생을 위해 내가 뭘 해줘야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책을 봐도 조언을 들어도 결국 직접 해내야하는 일이니까. 막막하기만 하다.
새로운 언어를 공부할 때 아무 개념이 없이 시작을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가령 그림을 그린다고 치자. 대략적인 형태를 잡고 선을 정리해가며 스케치를 하고 덩어리를 잡아주고 부분묘사를 들어가는 흐름이라는게 있는데 무슨 프린터기 마냥 맨 위 좌측부터 쭉쭉 완성하면서 그리라고 한다면 정말 막막할 것이다.
지금 내 상태가 그러하다. 육아를 해야하는데 큰 흐름을 모르겠다. 아니 알고는 있는데 머리가 하얗다. 그리고 내가 알고있는게 정답일리도 없다. 모든 아이는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상황대처능력과 인성을 두루두루 갖추어야하는데 내가 그런 준비가 됐을리 만무하다. 나도 아직 성장 중인걸…
뭐 이래나 저래나 결국 일주일 후면 준이의 육아는 시작될테고 도망갈수도 없다.
그러니 최선을 다 해 볼 생각이다.
최선을 다 한다고 잘 키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냥 멍때리는 것 보단 나을테니까. 우선 큰 목표는 하나다. 준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길 잘 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 그거면 된다.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인생을 허비하며 살아가는 모습 만큼은 보기 싫다. 그런 인생을 만들어주고싶지 않다. 사람은 늘 자신과 함께 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있다.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진리. 피를 통해 아이의 성향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길러주신 부모 친구 이웃들에 의해 성격과 성향이 만들어진다.
아무쪼록 잘 부탁한다 준아.
p.s. 내 컬렉션은 건드릴 생각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