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상 차리기

준이가 태어난지 백일이 지났다 아무생각 없이 멍때리고 있다가 뭐라도 해야되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찾아봤다 요즘엔 간소하게 집에서 아빠엄마가 이쁘게 꾸며두고 사진한장 남기는게 트랜드였다.

일단 참이가 받은 케이크 쿠폰으로 케이크를 준비하고 2년전 내 생일날 해주려고 참이가 사놓은 파티용품을 꺼내서 활용했다.

과일과 떡을 준비해서 접시에 이쁘게 담아두고 액자에 준이 사진을 넣어 마무리했다.

에이치엔엠에서 산 곰돌이 푸우 세트를 입히고 찍으려고했는데 입히자마자 이놈이 옷에 토를 해버렸다. 어쩔수없이 다른 옷으로 갈아입혔는데 갈아입자마자 또 우웩… ㅠㅠ

바지에만 조금 묻어서 슬쩟 닦아내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다시한번 웨애애액

….

왜그러니 대체 ㅠㅠ
급한대로 준이를 임신했을 때 만들어둔 토순이로 토가 묻은 부분을 가리고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다 찍고나서 보니 웃는 장면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급하게 준비한 것 치고는 꽤 이쁜 사진이 나온 것 같았다.

뭐든지 처음이다보니 능숙하진 않지만 준이를 위해 뭔가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다음엔 미리 준비해서 좀 더 멋지게 해줘야지

준아 사랑해~ 백일 축하해❤️

패턴

어제 아침 출근을 하려는데 참이가 울고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었다. 매일 준이와 단둘이 있다보니 조금 외롭고 우울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공감해줄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준이를 보고 참이를 쉬게했다. 하루뿐이지만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알 수 있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저녁부터 아침 출근 전까진 직접 씻기고 잘때 깨면 옆에서 토닥여주고 하기때문에 익숙했지만 아침 시간 준이와 있은적은 별로 없다 게다가 참이도 없이 단 둘이 있는건 첨이었다.

참이가 나가고난 뒤 별 탈없이 잠들어서 나도 티비를 보며 쉬었다. 그러다가 한시간 쯤 자더니 일어나서 울기 시작했다.

밥을 먹일때가 됐다.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였다.
밥을 먹고 조금 놀더니 또 다시 울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안아서 재웠다.
잠든 준이를 눞혀두고 점심을 차렸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있는데 이녀석이 깨버렸다.

그냥 울게 두고 일단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다시 준이를 재우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었다.
빨래를 개야하는데 잠이와서 낮잠을 좀 잤다.

한시간 반쯤 잤나 준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또 밥먹을 시간인가보다.
3시간이 지나면 귀신같이 깨서 울어재낀다.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고 조금 놀게 두고 빨래를 갰다.
빨래를 개고있는데 울기시작한다.
다시 안아서 재우고 빨래를 마저 갰다.

한시간 정도 있다가 참이가 왔다. 6시간이 60분처럼 흘러갔다.

하루 준이를 보니 일정한 패턴은 있었다.
먹고 울고 놀고 울고 자고 울고

패턴이 바뀌는 중간엔 꼭 운다. 노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틈틈히 할일을 하다보면 진짜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핸드폰 볼 시간도 없다. 게다가 참이는 유축가지 해야한다. 확실히 매일 이런 삶을 살다보면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

준이가 얼른 커서 말도 통하고 스스로 울음을 그칠 수 있으면 조금 나아질까?

잠을 자자

참이는 준이가 50일이 되기도 전부터 푹잠 꿀잠 통잠 노래를 불렀다. 남영이네 딸래미 나린이가 일찍 통잠을 자는걸 보고 준이도 그럴거라 생각했나보다.

사실 준이도 점점 통잠에 가까워지고있기는하다. 2개월 25일째인데 새벽수유는 한번만 하고있다. 문제는 새벽 4~5시쯤 깨서 아침까지 낑낑댄다는거… 요즘엔 내가 새벽에 달래주고있지만 며칠전까지만해도 일이 바빠서 밤에 전혀 못도와줬다. 아마 참이도 많이 지쳐있을 것 같다.

이제 자기전에 좀 더 든든히 먹이고 새벽에 깨면 수유없이 재우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준이도 힘들고 참이도 힘들고 이런 모습을 보고있는 나도 사실 힘들다. 참이가 육아에 지쳐 힘이 없으면 그 여파가 나한테까지 미친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나린이는 나린이고 준이는 준이고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니까
준이 나름대로의 통잠 시기가 있겠거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