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참이도 둘 다 안경을 쓴다.

특히 나는 아주 어릴 때 부터 안경을 썼는데 6살 때인가 처음 안경을 맞추던 때가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중학교 때에 교실에서 안경을 벗고 자다가 일어났는데 눈 앞에 교과서가 엄청 생동감있게 보여서 안경을 쓰고 다시보니 그 생동감을 느낄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깨닳았다 .안경을 쓴 것과 안 쓴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아마 안경을 안끼는 사람은 무슨소린지 모를테니… 뭐 비유하자면 수족관에서 유리 너머로 보는 물고기와 직접 보는 물고기의 차이랄까. 안경을 쓴다는 것은 평생 유리창 밖으로 세상을 보는 기분인거다. 어쨋든 부모가 다 눈이 나쁘기 때문에 처음 준이가 태어났을 때 눈 관련된 좋다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다.

지금 준이가 80일이 넘어가는데 부쩍 모빌을 보고 잘 놀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생 후 3개월 쯤 되면 색 구분도 되고 눈도 마주치고 곧잘 웃어주곤 한다는데 지금 준이가 딱 그 시기이다. 가끔 준이 앞에서 아빠가 재롱을 부리기라도 하면 싱글벙글 아주 잘 웃는다. 아직은 꺄르륵 하고 웃진 않지만 그래도 웃는 표정만 봐도 기분이 좋다.

뭐 사실 선천적으로 눈이 나쁘기도 했지만 어릴 때 부터 TV나 작은 작난감 조립 이런것에 환장해서 그런가 다른 아이들보다 확실히 눈이 빠르게 안좋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아 전자파나 밝은 광원에 노출되기가 쉬워서 더 문제다.

인터넷상에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는게 좋다 안주는게 낫다 가지고 의견대립이 분분한데 주는게 좋다는 입장은 시대에 뒤쳐지지 않게 아이들이 IT쪽 변화를 빠르게 습득시키는 것이 좋다 라는 의견들이고 안주는게 낫다는 사람들은 중독의 심각성을 꼬집는다. 나는 거기에 하나 더 덫붙여 시력저하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난 개인적으론 ‘휴대용’기기는 최대한 멀리 두고싶다. 사실 나도 어릴 적 컴퓨터나 게임기를 많이 가지고 놀았지만 대부분 거치형 콘솔이나 데스크탑이었고 노트북이나 휴대용게임기는 성인이 되어서야 만질 수 있었다. 휴대기기의 특성 상 어디서나 원하면 꺼내서 볼 수 있고 그게 중독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때 몰래 하는 것 까지 간섭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자제력을 키워야하는데 아이의 자제력을 믿는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아이는 아이다. 부모가 컨트롤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거치형 콘솔게임기나 데스크탑은 얼마든지 컨트롤 할 수 있다. 암호를 걸어놓는다던지 일정 시간에만 컨트롤러와 타이틀을 내어준다던지 한 방에 다 몰아넣고 방문을 잠그고 허락된 시간에 오픈을 해준다던지 뭐 휴대기기도 이런식으로 가능할 지 몰라도 확실히 거치형 기기들이 관리하기는 더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휴대기기는 위에서 말한것처럼 시력저하의 원인이기도 하기때문에 거치형 콘솔이나 데스크탑을 최대한 먼 거리에서 즐길 수 있게 세팅해둔다면 여러 걱정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주어진 할 일과 심부름 등 모든 하루 일과를 마치면 컴퓨터든 게임이든 운동이든 원하는 자유시간을 줄 생각이다. 뭐 5~6년 뒤 얘기겠지만 점점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눈 깜박할 새 다가올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뭐 어쨋든 요즘엔 준이가 웃어주는게 참 좋다.

부모의 마음

준이가 태어난지 한달이 넘었다.

아직까지는 장모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시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준이 씻기는 것을 제외하면 하는 일이 거의 없긴하다. 다음주에 장모님이 가시면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될 것 같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상태로 준이를 보러 간다. 자고 있을 때도 있고 울고있을 때도 있는데 자는 모습이던 웃는 모습이던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세상 행복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날 낳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가만히 보고있다보면 가끔씩 미소를 짓기도 하는데 그 미소는 이 세상에 어떤 고민거리가 있더라도 다 잊어버리게 하는 미소다.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이쁘지만 나중엔 엄마랑 나처럼 나랑 준이도 많이 싸우겠지?’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잠깐이나마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게 또 한 단계 성숙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준이를 키우다보면 점점 부모의 마음이 어떤것인지 알게 될테고 그럴수록 나도 엄마와 더 가까워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