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

준이가 태어난지 한달이 넘었다.

아직까지는 장모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시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준이 씻기는 것을 제외하면 하는 일이 거의 없긴하다. 다음주에 장모님이 가시면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될 것 같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상태로 준이를 보러 간다. 자고 있을 때도 있고 울고있을 때도 있는데 자는 모습이던 웃는 모습이던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세상 행복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날 낳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가만히 보고있다보면 가끔씩 미소를 짓기도 하는데 그 미소는 이 세상에 어떤 고민거리가 있더라도 다 잊어버리게 하는 미소다.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이쁘지만 나중엔 엄마랑 나처럼 나랑 준이도 많이 싸우겠지?’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잠깐이나마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게 또 한 단계 성숙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준이를 키우다보면 점점 부모의 마음이 어떤것인지 알게 될테고 그럴수록 나도 엄마와 더 가까워질 것 같았다.

성장

매일 보니 잘 몰랐는데 조리원에 있을 때 사진을 보니 확실히 컸다.

살도 포동포동 오르고 안고있으면 그립감이 달라진게 느껴진다.

걱정했던 직접 수유도 잘 되어가고있고 다행히 큰 말썽 없이 크고있다.

어제오늘 장모님께 신생아 씻겨주는 법을 배우고 직접 해봤다. 한팔로 손을 못쓰게 잡고 나머지 손으로 살살 닦아줘야하는데 이녀석 은근 힘이 쎄서 나의 결박(?)을 너무나 쉽게 풀어버린다. 몇번 더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걸 보니 조금 걱정도 된다. 더 커버리면 감당이 될까 싶기도하고ㅋ

참이는 아이 보느라 요즘 통 정신이 없다. 가끔 와서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할 지경이다. 육아를 해보니 막상 남편이 해줄건 자잘한 일들 뿐이고 먹이고 재우는건 결국 엄마의 일이었다. 장모님 가시면 나도 힘들어도 중간중간 일어나서 도와줘야겠지만 내가 출근해버리면 결국 모든걸 혼자 해내야하는 상황이니…

그래도 누군가가 엄마는 강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마 참이도 잘 해낼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힘들다고 말해도 또 하나씩 적응하다보면 어느새 일류 엄마가 되어있겠지.

나는 벌써부터 준이랑 대화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그 때를 상상하고 있으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것 같다.

출생신고

오늘 참이에게 출생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직접 못간것은 아쉽지 않다. 그런 종이쪼가리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ㅋ

이름은

김준(金準)

준할 준 자를 썼다.
처음에는 한글 우리말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는데 마땅한 이름이 생각이 안나 고민하던 중에 예전부터 아이를 나으면 바르고 올곧고 중심을 잘 잡는 느낌의 이름을 지어주고싶었는데 한자에서 찾아보니 준할 준 자가 눈에 띄었다. 거기에 조카들 돌림자도 준 이라 (준서,준혁,준호) 준으로 결정을 했다. 외자로 하려고한건 아니었는데 이것저것 끼워맞춰서 이름을 지어주는 것 보다는 스스로 생각해낸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한글자로 하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작명소를 가라느니 이름이 여자같다느니 이래저래 말도 많았는데 그래도 아이 이름은 아빠가 지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소신껏 밀어부쳤다.

다행히 김씨에도 잘 어울리고 입에서 챡챡 붙는 것 같다.

종이쪼가리에 연연하는 성격은 아니라곤 했지만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등본에 우리 준이 이름이 있는걸 보니 이제 가족이 하나 더 생겼구나 싶었다.

아 그리고 2.5kg으로 나왔기 때문에 조숙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크진 않지만 매달 조금씩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기저귀값으로 쓰면 되겠다 싶었다.

작게 나아서 크게 키우라는 어른들 말처럼 아주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거라
몸만 건강하지 말고 이름처럼 마음도 건강하게 바르게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