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게임인건가

육아를 하다보니 사공이 많다고 느낄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울엄마, 장모님, 누나들 그리고 인터넷 상에 올라온 수많은 경험담들과 전문가 의견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를때가 많다.

가장 최근에 고민했던 것은 속싸개와 손싸개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였다. 100일때 까진 해야한다. 빠를수록 좋다. 스스로 벗어내면 자연스레 뗀다. 등등 역시나 의견들이 다양했다.

나는 육아가 처음인 초보 아빠다. 그러니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행동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너무 많고 의견도 다양하니 결국은 나 스스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육성게임을 하다보면 항상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간단하게는 예/아니오 부터 여러가지 주관식 지문까지 내가 어떤 대답과 행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나비효과라고 들어보았는가. 지금 난 준이가 어떻게 클지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선택지를 골라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통 공략법이 있긴하다. 최선의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가령 프린세스메이커라면 당연히 프린세스를 만들기 위한 공략법이 존재한다. 그 공략법대로만 하면 무조건 우리 딸래미는 왕자님과 결혼하게 된다. 너무 과하면 아에 지가 왕비가 되어버리고 부족하면 왕가에 들어가지 못하게된다. 하지만 프린세스메이커를 공략집을 보며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번쯤은 공주님을 만들어보고 싶으니 보고 할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본인 취향대로 아이를 육성할 것이다. 화가가 될수도 있고 뒷세계의 보스가 될수도있고 인간이 아니게(?) 될수도 있지만 결국 부모의 성향에 따라 아이가 자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준이가 나를 닮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누구나 그럴것이다.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내 아이도 나처럼 컸으면 좋겠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 날 닮았으면 하는 부분도 있고 안좋은 점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조언을 아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육아는 육성게임처럼 정통 공략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내가 괜찮다 생각하는 것을 선택해야한다는 것이다.

일단은 속싸개와 손싸개는 낮에만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속싸개라는 것이 아기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아기가 답답해하기도 한다고 하니 낮에는 자유롭게 놀게 두고 잘 때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손싸개를 하는 이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냥 자기가 얼굴을 긁을까봐 하는거란다. 그런거면 그냥 손톱정리를 자주 해주는게 낫겠다 싶었다. 다만 잘 때에는 혹시나 긁어서 깰수도있으니 좀 더 편안하게 자라고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100일 즈음 되면 속싸개와 손싸개는 완전히 졸업시킬 생각이다.

내 선택이 100% 맞다고 생각은 안한다. 어차피 사람은 다 다르고 아기들도 다 다르다. 각자에 맞는 방법이 있을테고 모든건 부모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속싸개와 손싸개를 언제까지 하는게 뭐가 중요하길래 이리 고민이냐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나비효과는 일상속에 늘 적용되는것이다. 이로인해 아이의 성격형성과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나도 알수는 없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이 미칠거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내가 좋은 선택지를 골랐기를 바랄 뿐이다.

가스!!

집에 와서 하루이틀 똥을 잘 누더니 일주일동안 똥을 안싸서 병원에 데려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배 속에 공기방울같은것이 엄청 많았다. 배에 가스가 찼단다. 정작 똥을 안눈 이유는 수유량이 적어서 그런 것이고 가스가 차는게 더 문제라고 했다.

유축을 해서 먹이다가 직접 젖을 빠는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직접 빠는것이 힘들기 때문에 아기가 빨다가 지쳐서 수유량이 적어지는 일도 있다고 하셨다. 안그래도 두시간 이상을 못버티고 한시간에 한번씩 계속 젖달라고 우는데 빠는게 힘들어서 적당량만 먹고 말아서 그랬던 것 같았다. 의사선생님은 차라리 유축을 해서 정해진 양을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먹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렇게하면 일단 똥을 안누는 것은 해결될 것이라하셨고 가스가 찬 이유는 젖을 빨면서 공기가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그것도 유축해서 젖병으로 먹이면 나아질거라 하셨다.

이래저래 유축해서 먹이는 방향으로 가야할 듯 싶었다.

그렇게 병원에 다녀온 후 5일이 지났다. 여전히 준인 똥을 못누는 상태였다. 양 조절해서 충분히 먹이고있다 생각했는데 걱정이 됐다.

그러다 오늘 아침 드디어 준이가 똥을 쌌다. 그것도 기저귀가 넘치도록 싸질렀다. 아마 일주일동안 장이 가득 차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 데려가봐야하나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아침에 똥을 쌌다는 소릴듣고 자다가 번쩍 일어났다.

가스가 안차게 하려고 젖병물리는 자세도 연구하고 젖병도 공기가 안들어가게 하는걸루 사고 일주일동안 신경을 많이 썼는데 아주 건강한 황금색 똥을 보는 순간 너무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일단은 가스와의 전쟁은 끝난 것 같다. 이제는 태열을 잡아줘야한다. 산넘어 산이라고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가끔 준이가 웃어주면 마냥 이쁘고 행복하다.

부모의 마음

준이가 태어난지 한달이 넘었다.

아직까지는 장모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시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준이 씻기는 것을 제외하면 하는 일이 거의 없긴하다. 다음주에 장모님이 가시면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될 것 같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상태로 준이를 보러 간다. 자고 있을 때도 있고 울고있을 때도 있는데 자는 모습이던 웃는 모습이던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세상 행복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날 낳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가만히 보고있다보면 가끔씩 미소를 짓기도 하는데 그 미소는 이 세상에 어떤 고민거리가 있더라도 다 잊어버리게 하는 미소다.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이쁘지만 나중엔 엄마랑 나처럼 나랑 준이도 많이 싸우겠지?’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잠깐이나마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게 또 한 단계 성숙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준이를 키우다보면 점점 부모의 마음이 어떤것인지 알게 될테고 그럴수록 나도 엄마와 더 가까워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