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집에 와서 하루이틀 똥을 잘 누더니 일주일동안 똥을 안싸서 병원에 데려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배 속에 공기방울같은것이 엄청 많았다. 배에 가스가 찼단다. 정작 똥을 안눈 이유는 수유량이 적어서 그런 것이고 가스가 차는게 더 문제라고 했다.

유축을 해서 먹이다가 직접 젖을 빠는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직접 빠는것이 힘들기 때문에 아기가 빨다가 지쳐서 수유량이 적어지는 일도 있다고 하셨다. 안그래도 두시간 이상을 못버티고 한시간에 한번씩 계속 젖달라고 우는데 빠는게 힘들어서 적당량만 먹고 말아서 그랬던 것 같았다. 의사선생님은 차라리 유축을 해서 정해진 양을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먹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렇게하면 일단 똥을 안누는 것은 해결될 것이라하셨고 가스가 찬 이유는 젖을 빨면서 공기가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그것도 유축해서 젖병으로 먹이면 나아질거라 하셨다.

이래저래 유축해서 먹이는 방향으로 가야할 듯 싶었다.

그렇게 병원에 다녀온 후 5일이 지났다. 여전히 준인 똥을 못누는 상태였다. 양 조절해서 충분히 먹이고있다 생각했는데 걱정이 됐다.

그러다 오늘 아침 드디어 준이가 똥을 쌌다. 그것도 기저귀가 넘치도록 싸질렀다. 아마 일주일동안 장이 가득 차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 데려가봐야하나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아침에 똥을 쌌다는 소릴듣고 자다가 번쩍 일어났다.

가스가 안차게 하려고 젖병물리는 자세도 연구하고 젖병도 공기가 안들어가게 하는걸루 사고 일주일동안 신경을 많이 썼는데 아주 건강한 황금색 똥을 보는 순간 너무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일단은 가스와의 전쟁은 끝난 것 같다. 이제는 태열을 잡아줘야한다. 산넘어 산이라고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가끔 준이가 웃어주면 마냥 이쁘고 행복하다.

부모의 마음

준이가 태어난지 한달이 넘었다.

아직까지는 장모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시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준이 씻기는 것을 제외하면 하는 일이 거의 없긴하다. 다음주에 장모님이 가시면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될 것 같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상태로 준이를 보러 간다. 자고 있을 때도 있고 울고있을 때도 있는데 자는 모습이던 웃는 모습이던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세상 행복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날 낳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가만히 보고있다보면 가끔씩 미소를 짓기도 하는데 그 미소는 이 세상에 어떤 고민거리가 있더라도 다 잊어버리게 하는 미소다.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이쁘지만 나중엔 엄마랑 나처럼 나랑 준이도 많이 싸우겠지?’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잠깐이나마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게 또 한 단계 성숙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준이를 키우다보면 점점 부모의 마음이 어떤것인지 알게 될테고 그럴수록 나도 엄마와 더 가까워질 것 같았다.

성장

매일 보니 잘 몰랐는데 조리원에 있을 때 사진을 보니 확실히 컸다.

살도 포동포동 오르고 안고있으면 그립감이 달라진게 느껴진다.

걱정했던 직접 수유도 잘 되어가고있고 다행히 큰 말썽 없이 크고있다.

어제오늘 장모님께 신생아 씻겨주는 법을 배우고 직접 해봤다. 한팔로 손을 못쓰게 잡고 나머지 손으로 살살 닦아줘야하는데 이녀석 은근 힘이 쎄서 나의 결박(?)을 너무나 쉽게 풀어버린다. 몇번 더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걸 보니 조금 걱정도 된다. 더 커버리면 감당이 될까 싶기도하고ㅋ

참이는 아이 보느라 요즘 통 정신이 없다. 가끔 와서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할 지경이다. 육아를 해보니 막상 남편이 해줄건 자잘한 일들 뿐이고 먹이고 재우는건 결국 엄마의 일이었다. 장모님 가시면 나도 힘들어도 중간중간 일어나서 도와줘야겠지만 내가 출근해버리면 결국 모든걸 혼자 해내야하는 상황이니…

그래도 누군가가 엄마는 강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마 참이도 잘 해낼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힘들다고 말해도 또 하나씩 적응하다보면 어느새 일류 엄마가 되어있겠지.

나는 벌써부터 준이랑 대화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그 때를 상상하고 있으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