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어제 아침 출근을 하려는데 참이가 울고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었다. 매일 준이와 단둘이 있다보니 조금 외롭고 우울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공감해줄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준이를 보고 참이를 쉬게했다. 하루뿐이지만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알 수 있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저녁부터 아침 출근 전까진 직접 씻기고 잘때 깨면 옆에서 토닥여주고 하기때문에 익숙했지만 아침 시간 준이와 있은적은 별로 없다 게다가 참이도 없이 단 둘이 있는건 첨이었다.

참이가 나가고난 뒤 별 탈없이 잠들어서 나도 티비를 보며 쉬었다. 그러다가 한시간 쯤 자더니 일어나서 울기 시작했다.

밥을 먹일때가 됐다.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였다.
밥을 먹고 조금 놀더니 또 다시 울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안아서 재웠다.
잠든 준이를 눞혀두고 점심을 차렸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있는데 이녀석이 깨버렸다.

그냥 울게 두고 일단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다시 준이를 재우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었다.
빨래를 개야하는데 잠이와서 낮잠을 좀 잤다.

한시간 반쯤 잤나 준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또 밥먹을 시간인가보다.
3시간이 지나면 귀신같이 깨서 울어재낀다.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고 조금 놀게 두고 빨래를 갰다.
빨래를 개고있는데 울기시작한다.
다시 안아서 재우고 빨래를 마저 갰다.

한시간 정도 있다가 참이가 왔다. 6시간이 60분처럼 흘러갔다.

하루 준이를 보니 일정한 패턴은 있었다.
먹고 울고 놀고 울고 자고 울고

패턴이 바뀌는 중간엔 꼭 운다. 노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틈틈히 할일을 하다보면 진짜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핸드폰 볼 시간도 없다. 게다가 참이는 유축가지 해야한다. 확실히 매일 이런 삶을 살다보면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

준이가 얼른 커서 말도 통하고 스스로 울음을 그칠 수 있으면 조금 나아질까?

잠을 자자

참이는 준이가 50일이 되기도 전부터 푹잠 꿀잠 통잠 노래를 불렀다. 남영이네 딸래미 나린이가 일찍 통잠을 자는걸 보고 준이도 그럴거라 생각했나보다.

사실 준이도 점점 통잠에 가까워지고있기는하다. 2개월 25일째인데 새벽수유는 한번만 하고있다. 문제는 새벽 4~5시쯤 깨서 아침까지 낑낑댄다는거… 요즘엔 내가 새벽에 달래주고있지만 며칠전까지만해도 일이 바빠서 밤에 전혀 못도와줬다. 아마 참이도 많이 지쳐있을 것 같다.

이제 자기전에 좀 더 든든히 먹이고 새벽에 깨면 수유없이 재우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준이도 힘들고 참이도 힘들고 이런 모습을 보고있는 나도 사실 힘들다. 참이가 육아에 지쳐 힘이 없으면 그 여파가 나한테까지 미친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나린이는 나린이고 준이는 준이고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니까
준이 나름대로의 통잠 시기가 있겠거니 생각해본다.

나도 참이도 둘 다 안경을 쓴다.

특히 나는 아주 어릴 때 부터 안경을 썼는데 6살 때인가 처음 안경을 맞추던 때가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중학교 때에 교실에서 안경을 벗고 자다가 일어났는데 눈 앞에 교과서가 엄청 생동감있게 보여서 안경을 쓰고 다시보니 그 생동감을 느낄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깨닳았다 .안경을 쓴 것과 안 쓴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아마 안경을 안끼는 사람은 무슨소린지 모를테니… 뭐 비유하자면 수족관에서 유리 너머로 보는 물고기와 직접 보는 물고기의 차이랄까. 안경을 쓴다는 것은 평생 유리창 밖으로 세상을 보는 기분인거다. 어쨋든 부모가 다 눈이 나쁘기 때문에 처음 준이가 태어났을 때 눈 관련된 좋다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다.

지금 준이가 80일이 넘어가는데 부쩍 모빌을 보고 잘 놀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생 후 3개월 쯤 되면 색 구분도 되고 눈도 마주치고 곧잘 웃어주곤 한다는데 지금 준이가 딱 그 시기이다. 가끔 준이 앞에서 아빠가 재롱을 부리기라도 하면 싱글벙글 아주 잘 웃는다. 아직은 꺄르륵 하고 웃진 않지만 그래도 웃는 표정만 봐도 기분이 좋다.

뭐 사실 선천적으로 눈이 나쁘기도 했지만 어릴 때 부터 TV나 작은 작난감 조립 이런것에 환장해서 그런가 다른 아이들보다 확실히 눈이 빠르게 안좋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아 전자파나 밝은 광원에 노출되기가 쉬워서 더 문제다.

인터넷상에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는게 좋다 안주는게 낫다 가지고 의견대립이 분분한데 주는게 좋다는 입장은 시대에 뒤쳐지지 않게 아이들이 IT쪽 변화를 빠르게 습득시키는 것이 좋다 라는 의견들이고 안주는게 낫다는 사람들은 중독의 심각성을 꼬집는다. 나는 거기에 하나 더 덫붙여 시력저하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난 개인적으론 ‘휴대용’기기는 최대한 멀리 두고싶다. 사실 나도 어릴 적 컴퓨터나 게임기를 많이 가지고 놀았지만 대부분 거치형 콘솔이나 데스크탑이었고 노트북이나 휴대용게임기는 성인이 되어서야 만질 수 있었다. 휴대기기의 특성 상 어디서나 원하면 꺼내서 볼 수 있고 그게 중독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때 몰래 하는 것 까지 간섭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자제력을 키워야하는데 아이의 자제력을 믿는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아이는 아이다. 부모가 컨트롤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거치형 콘솔게임기나 데스크탑은 얼마든지 컨트롤 할 수 있다. 암호를 걸어놓는다던지 일정 시간에만 컨트롤러와 타이틀을 내어준다던지 한 방에 다 몰아넣고 방문을 잠그고 허락된 시간에 오픈을 해준다던지 뭐 휴대기기도 이런식으로 가능할 지 몰라도 확실히 거치형 기기들이 관리하기는 더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휴대기기는 위에서 말한것처럼 시력저하의 원인이기도 하기때문에 거치형 콘솔이나 데스크탑을 최대한 먼 거리에서 즐길 수 있게 세팅해둔다면 여러 걱정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주어진 할 일과 심부름 등 모든 하루 일과를 마치면 컴퓨터든 게임이든 운동이든 원하는 자유시간을 줄 생각이다. 뭐 5~6년 뒤 얘기겠지만 점점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눈 깜박할 새 다가올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뭐 어쨋든 요즘엔 준이가 웃어주는게 참 좋다.